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왔다.

 

 특별히 열이 많이 나거나 몸살이 있는 것은 아닌데, 요즘 전국적으로 확산세가 너무 심해 무증상자도 코로나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하여 다녀왔다. 원래 비염이 있어 이런 계절에는 항상 기관지가 불편한데 혹시 나도 모르는 새 주변인과 회사에 피해를 끼칠 수도 있기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연차 쓰고 옴...!).

 

 경기도 이천에는 원래 두개의 선별진료소가 있는데(12월 15일부터 장호원에 하나가 추가되어 이제는 세 개), 나는 몇 달 전 몸이 안 좋아 이천시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려 했다가 검사 권고 대상이 아니라 검사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고 그냥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전원 무료 검사로 진행하고 이곳이 그나마 가까워서 다시 찾게 되었다.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 페이지(https://www.mohw.go.kr/react/popup_200128_3.html)에 진료소 오픈 시간이 오전 9시로 되어있어 8시 50분 정도에 도착을 했는데, 이미 내 앞에 서른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선별진료소의 모습이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뉴스에서 본 선별진료소는 줄 서서 대기하는 인원들도 일회용 장갑을 끼게 하고 사람들끼리 최소 1.5m는 간격을 두어 줄을 서게 하던데, 이천시 보건소는 아무것도 통제하지 않았다. 아이폰 신작 출시 때의 애플스토어 앞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줄을 서고, 서로 이야기를 하든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든 아무도 대기 인원들을 관리하려고 하지 않았다. 내 앞에서는 두 사람이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았고, 뒤에서는 한 사람이 계속 통화를 하며 콜록대는데... 코로나에 만약 걸린다면 여기서 걸리겠구나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방역 수칙을 준수하지 않고 민폐를 끼치는 대기자들이 가장 크고 근본적인 문제다. 하지만 간단하게라도 이들을 통제하거나 주의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대기 시간에 비해 검체 채취는 정말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날씨가 너무 추워 발가락이 얼 것 같으니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실 분들은 양말을 두겹 신거나 워커를 신고 가길 바란다. 문제는 검체 채취를 하는 곳도 인원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외에 천막을 쳐서 그 안에서 흔히 아는 채취 과정(목 안쪽과 코 안쪽에 긴 면봉을 집어넣는)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한 번에 한 명만 검사할 수 있는 천막 안에 그때의 검사 대상자뿐 아니라 대기자까지 같이 들어가서 대기를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채취 도중에는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데 곧바로 검사를 받을 사람이라도 천막 밖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가 앞 검사자가 퇴실하면 들어가는 게 맞지 않을까? 이런 쪽으로의 통제는 전혀 없었다. 또 문진표를 작성할 때 일회용 장갑을 착용하는 것도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누구는 끼고 누구는 안 낀 채로 그 많은 사람들이 볼펜을 돌려 써야 했다. 인력이 적어 힘에 부치는 것은 진심으로 이해하고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장갑을 착용하라는 이야기는 종이에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놓기만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를 받고 오니 오히려 찝찝한 기분이었다. 뉴스에 나오는 질서정연한 선별진료소의 모습을 여기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보건소 부지가 좁아서, 관리 인원이 적어서라는 말로 설명이 가능할까? 적어도 대기 과정에서 대화나 통화를 자제하라는 안내 표지판이라도 하나 둘 수는 없었을까. 디테일이 수준 높은 행정을 만든다. 그리고 전염병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행정력의 차이가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한다.

 

12월 16일 오전, 검사한지 24시간이 채 되지 않아서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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